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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으로 만나는 낭만과 세계사 이야기

lisbon skyline

유럽에서의 여름 방학은 유독 길죠? 여름 휴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도 여름을 맞이하여 여기저기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유럽의 마지막 남은 보석’으로 불리는 포르투갈 여행을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포르투갈은 대항해 시대의 문을 연 곳으로, 지금도 곳곳에 이야기거리로 가득한 낭만적인 곳이랍니다. 신선한 해산물과 와인, 독특한 음악도 포르투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겠지만, 포르투갈 곳곳에 “캐리비안의 해적”과 “해리포터”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이번 기사에서는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 등에 위치한 관광 명소,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이야기거리와 그를 통해 생각해 볼 거리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cabo da roca

 

 

대항해 시대, 낭만의 역사일까? – 세상의 끝, 호카곶 

 

포르투갈에는 ‘세상의 끝’으로 불리는 곶 (바다 가운데로 내민 땅) 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그 낭만적인 이름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인 호카곶 (Cabo da Roc) 은 십자가 탑에 새겨진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Onde a terra acaba e o mar começa, 16세기 포르투갈의 시인 ‘루이스 바스 드 카몽이스 (Luís Vaz de Camões)’ 의 서사시 ‘우스 루지아다스 (Os Lusíadas)’ 중)” 는 구절로 유명합니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의 풍경이 아름답고, ‘세상의 끝’에 왔다 갔다는 증명서도 발급해준다고 하니 관광지로서 꼭 가 볼 만 한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항해 시대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나선 이들의 모험 정신을 기린다고 하네요. 그런데 “대항해시대” 하면 모험 정신 말고도 생각해 볼 거리가 참 많답니다.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어: Era dos Descobrimentos, Era das Grandes Navegações) 혹은 대발견 시대 (영어: Age of Discovery, Age of Exploration) 를 열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바로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입니다. 그 당시까지 포르투갈은 바다와 맞닿아 있기는 하지만 지중해, 북해, 발트해 등 가까운 유럽 국가 및 아프리카 국가와 교역하기 좋은 바닷가의 국가들에 밀려 해상 무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의 끝”에 내몰린 듯한 상황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며 신항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지요.

 

 

treasure map pirate

 

 

이렇게 목숨을 걸고 나선 신항로 개척과 대항해 시대는 모험의 정신을 상징하며, 각종 비디오 게임과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되었지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원피스도 대항해시대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항로 개척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세계적인 교역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지요.

 

그러나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시대가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 대륙의 입장에서는 침략과 약탈, 식민화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잊어져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를 ‘대발견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지극히 유럽 중심의 사고이며, ‘대항해 시대’라는 말 또한 식민지 개척과 근대 제국주의로 나아가는 침략의 발판이 된 시기를 미화하는 표현으로 여겨져 ‘신항로 개척’ 등의 표현으로 대체되는 추세입니다. 

 

호카곶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느끼는 경외감은, 웅장한 자연경관에서만 비롯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의 끝을 향해 목숨을 걸고 항해에 나선 이들의 모험 정신, 그로 비롯하여 세계 곳곳이 연결되면서 시작된 얽히고 설킨 피 묻은 세계사의 흐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구 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 옥시덴탈리즘까지.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porto (day)

 


해리포터의 마법이 시작되는 곳? – 항구 도시 포르투


포르투 (Porto) 는 포르투갈 제 2의 도시로, 푸른빛 타일 ‘아줄레주’로 곳곳이 장식되어 알록달록 화려한 길거리 풍경을 자랑합니다. 이름이 암시하고 있듯이 포르투는 항구 도시로, 도우루 강이 드넓은 대서양과 만나는 곳이랍니다. 도우루 강가의 석양과 야경, 낡고 좁은 골목길을 장식한 벽화들, 알록달록 타일로 멋을 낸 반짝이는 주택과 교회들까지. 포르투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은 분명히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포르투갈의 독특한 타일 예술 양식인 ‘아줄레주’는 포르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구도심인 상벤투 역에 있는 아줄레주 작품이 특히나 유명합니다. 역 외부와 내부를 장식한 2만 여 장의 타일 속에 포르투의 역사가 새겨져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도 불리는 이 곳은 하나의 미술 전시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의 타일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북적입니다. 상벤투 역의 아줄레주에서는 포르투에서 태어난 ‘항해왕’ 엔히크 왕자, 포르투갈의 초대 군주인 아폰수 1세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 중 한 곳은 바로 ‘렐루 서점’ 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곳은,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 K. 롤링 여사가 영감을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그와트 기숙사의 움직이는 계단을 닮은 듯한 화려한 계단과 다이애건 앨리의 서점을 떠오르게 하는 빽빽한 책장까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입장료를 따로 받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이 곳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듯합니다. 또한 포르투 시내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마제스틱 카페’도 롤링 여사가 해리포터 1편을 집필하기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답니다. 

 

 

porto (night)

 

 

뿐만 아니라 포르투 시내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포르투갈 대학생들의 교복도 호그와트 교복과 비슷해 보이며, 까르모 교회 앞의 분수에 커다란 사자상은 그리핀도르의 상징인 사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36년 간 포르투갈을 독재했던 악명 높은 ‘안토니우 살라자르’에서 이름을 따 호그와트 설립자 중 1인이자 야망에 가득 찬 ‘살라자르 슬리데린’ 캐릭터가 만들어졌으며, 독재 당시에 사복 경찰들의 감시가 삼엄해 길거리에서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비판할 수 없었던 것에서 이름을 부를 수 없는 “You-know-who” 볼드모트 컨셉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고 많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모티프가 알려져 있지만, 그 중에 몇 가지가 실제로 롤링 여사에게 영감을 주었는지는 모릅니다. 아름다운 포르투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영롱한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어딘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관광 명소만 돌아다니지 말고, 구석구석 숨겨진 벽화를 구경하면서 좁은 길 사이로 비스듬하게 보이는 도시 풍경을 새롭게 발견해 보고 포르투갈의 길고양이들과 눈을 맞추어 보며, 포르투에서의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 볼 것을 추천 드립니다.

 

 

 

night train to lisbon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5983)

 

 

“지금, 당신이 꿈꾸던 삶을 살고 있나요?” – 수도 리스본

 

빗속에서 강에 투신하려는 여자를 구해주고는 그녀가 두고 간 리스본행 기차표를 발견한 남자, 충동적으로 그 기차를 타고 리스본을 향합니다. 영화와 원작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남자가 기차에 들고 탄 의문의 책에는 “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된다”고 쓰여 있죠. 그리고 그는 리스본에서 그 책의 저자이자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선 저항 레지스탕스 운동가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남자는 이렇게 우연을 통해 운명을 만들어 갑니다.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리스본은 여유와 낭만이 가득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기에 딱 적합한 곳인 것 같습니다. 좁은 골목골목과 언덕길과, 그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조그마한 노란색 트램, 그 뒤로 펼쳐진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풍경, 골목길마다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빽빽하게 늘어선 건물들은 구석구석 낡았으면서도 여전히 알록달록한 색채를 뽐내고 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르투갈 전통 음악 파두 (fado) 와, 신선하게 구운 파스텔 드 나다 (에그타르트) 의 냄새가 솔솔 풍겨 오는 곳, 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신항로 개척을 통해 빠르게 부를 축적한 포르투갈은, 이후 다른 유럽 열강에 밀려 크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발전이 늦어지면서 그 당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는 데에서 여행지로서는 매력을 발휘합니다. 세련되고 잘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 세워진 동화 같은 경관의 여러 성과 수도원, 신항로 개척 시기의 모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듯한 드넓은 바닷가,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혁명가들의 저항 정신이 숨어 있는 듯한 골목길들은 쉽게 사색에 잠기도록 합니다.

 

 

tram lisbon

 

 

이렇게 포르투갈 역사의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리스본의 자연 환경과 도시 풍광을 구경하다 보면 또 다른 아이러니가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리스본을 여행하다 보면, ‘이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모릅니다. 실제로 ‘한 달 살기’ 체험으로, 혹은 디지털 노마드와 은퇴한 북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러나 이렇게 관광지로 사랑받는 남부 유럽이 서부 유럽 및 북유럽과 비교해 여전히 경제 발전이 더디며, 그저 ‘낭만을 즐기는 곳’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부 유럽에서 EU 및 유로존 탈퇴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물가 수준과 경제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화를 통일하면서 발생한 부작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내의 빈부격차 원인을 따지고 들면 남부 유럽의 관광 산업이 그 규모와 상관 없이 해외 의존도를 심화시키며 일반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EU 존 형성과 FTA 체결 등으로 무역 장벽이 사라지면서, 농업 및 기타 1차 산업에 두각을 보이는 국가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공산품 생산에 주력하는 국가 사이에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발생하기도 하죠. 공산품은 저장과 수송이 편리하며, 각종 자연재해와 자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생산에 문제가 생기거나 물품이 변질되는 일이 적습니다. 또한 지중해 문명이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 덕분에 농업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발전했던 것이, 산업 혁명 이후에는 공업과 첨단 산업이 중요한 시기에는 ‘푹푹 찌는 날씨’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도 한 나라의 경제적 성장에 자연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죠. 

 

남부 유럽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관광 산업이 왜 지역 경제를 크게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지도 고민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tavira portugal

 


오늘 준비한 포르투갈 여행에서 꼭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거리는 여기까지입니다. 해리포터의 마법처럼 환상적인 도시 풍경, 그 옛날 탐험가의 모험 정신에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자연 풍광, 그리고 포르투갈이라는 한 나라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세계사의 아이러니와 현대 글로벌 사회의 단면들. 서핑을 비롯한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고, 평범한 관광을 즐길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다양한 문제들을 가까이서 발견하고 고민해 보는 즐거움도 이번 여름에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https://news.joins.com/article/23301104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9051258031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00409.html#csidx4ca1c32df11fc2da2c48d3ab9d88dec 
https://free2world.tistory.com/1366
https://namu.wiki/w/%EB%8C%80%ED%95%AD%ED%95%B4%EC%8B%9C%EB%8C%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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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학 석사를 전공하는 유학생입니다. 유학생의 마음으로, 유학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알찬 정보들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